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는 2016년 개봉한 팀 버튼 제작, 제임스 보빈 감독의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다.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관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시간(Time)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더 깊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후속작을 넘어, 성장과 용서, 그리고 과거를 극복하는 여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간여행이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가장 중심 주제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영화에서 앨리스는 마드 해터를 구하기 위해 시간의 신(Time)을 찾아가고, 그의 시간의 구체(크로노스피어)를 빼앗아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집착과 현재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영화 속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인격화된 존재다. 배우 사샤 바론 코헨이 연기한 시간(Time)은 엄격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로, 관객에게 “시간은 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앨리스가 과거를 바꾸려다 오히려 현실을 위협하게 되는 전개는, 시간을 조종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한다. 이로써 영화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있다”는 철학적 교훈을 전한다. 시각적 표현 또한 인상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들은 색감 변화와 몽환적인 편집으로 구현되어, 관객이 마치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결국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시간여행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삶의 유한함 속에서 현재를 사랑해야 한다는 인간적 메시지로 귀결된다.
성장과 용서를 그린 앨리스의 여정
이번 작품의 앨리스는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 독립적인 선장으로 활약하지만, 사회적 규범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 부딪히며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시험받는다. 그러던 중 ‘거울나라’로 돌아가게 된 그녀는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성장과 용서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영화는 단순히 환상적인 모험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내면의 드라마를 중심에 둔다. 마드 해터가 가족의 상실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는 동안, 앨리스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그가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게 돕는다. 이 과정에서 앨리스는 “누구나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진정한 용서는 타인을 향한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엔딩에서 앨리스가 현실 세계로 돌아와 새로운 항해를 떠나는 장면은, 그녀의 성장 완성의 상징이다. 이는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의존적인 존재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난 앨리스의 진화를 의미한다. 팀 버튼의 특유의 감성은 이러한 변화를 환상적인 비주얼과 섬세한 감정 연출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팀 버튼의 세계관과 독창적인 비주얼 미학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팀 버튼 제작 특유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그는 직접 감독은 아니지만, 작품 전반에 그의 고딕적 판타지 세계관과 색채 감각이 강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시각적 구성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한층 더 정교하고 화려하다. 특히 시간의 궁전, 크로노스피어의 작동 공간, 해터의 기억 속 장면들은 기계적 구조와 감성적 색채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팀 버튼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비적 색감(파란색과 붉은색, 빛과 어둠)은 이번에도 뚜렷하다.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의 대비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인간의 감정적 양면성을 상징한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팀 버튼 세계관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조니 뎁은 마드 해터로서 광기와 슬픔을 동시에 표현하며, 헬레나 본햄 카터는 붉은 여왕의 불안정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런 인물 표현은 현실적 감정과 환상적 캐릭터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공감하게 만든다. 결국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비주얼은 단순한 미술적 장치가 아니라, 감정의 시각화이자 세계관의 언어로 기능한다. 이 영화는 색채와 디자인,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인간 내면의 불완전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비춘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시간·성장·용서라는 인간의 본질적 주제를 탐구한 철학적 작품이다. 팀 버튼의 예술적 감각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환상이 아닌 내면의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