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피센트(Maleficent)’ 시리즈는 디즈니가 전통적인 악역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대표작입니다. 2014년 개봉한 1편은 고전 명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시점을 뒤집으며 “악녀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2019년의 ‘말레피센트 2: 미스트리스 오브 이블’은 모성, 용서, 그리고 공존의 메시지를 한층 확장시켰습니다. 2025년 현재 다시 보면, 이 시리즈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한 여성의 정체성과 화해의 여정”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악녀의 재탄생, 디즈니의 시선이 바뀌다
‘말레피센트’의 가장 큰 전환점은 “악의 기원”을 탐구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말레피센트는 단순한 저주를 내리는 마녀였지만, 2014년 영화에서는 배신과 상처를 입은 존재로서의 인간적인 서사가 부여됩니다.
왕 스테판에게 날개를 빼앗기고 배신당한 말레피센트는 분노로 가득 차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오로라를 진심으로 아끼게 되고, 결국 그녀를 구하려는 모순된 감정이 피어납니다. 이 장면은 디즈니가 기존의 ‘선악 구조’를 뒤집은 순간이자, “악역의 감정에도 이유가 있다”는 현대적 메시지를 제시한 순간이었습니다.
말레피센트의 서사는 단순히 복수극이 아닙니다. 그녀는 상처 입은 존재로서 세상과 자신을 용서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디즈니는 이 과정을 통해 ‘여성 악역’을 다시 정의합니다. 악은 본성이 아니라 상처의 결과이며, 진정한 악은 타인을 배척하는 사회의 시선일 수 있다는 점을 말이죠.
이 시점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그녀의 말레피센트는 아름다움과 공포, 냉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복합적 존재로, 관객에게 새로운 감정의 영역을 열어줍니다.
‘말레피센트 2’의 확장된 세계, 모성으로 완성된 용서의 서사
‘말레피센트 2: 미스트리스 오브 이블’은 1편의 이야기를 단순히 잇는 속편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가족, 권력, 그리고 화해를 중심으로 ‘말레피센트’라는 인물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이번에는 말레피센트가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마주합니다. 오로라가 다른 인간 왕자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말레피센트는 인간 세계와 요정 세계 사이의 갈등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모성은 피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레피센트는 자신이 낳지 않은 딸을 위해 싸우고, 결국 오로라를 위해 희생하며 진짜 어머니로 완성됩니다.
이 서사는 단순한 가족 영화의 감동을 넘어섭니다. 디즈니가 여성 캐릭터를 ‘사랑받는 존재’가 아닌 ‘사랑하는 주체’로 재정의한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악녀도, 희생자도 아닌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여성의 상징이 됩니다.
또한 2편은 시각적 완성도에서도 진일보했습니다. 요정 종족의 세계, 왕국의 전쟁, 자연과 인간의 대립은 디즈니 특유의 화려한 CG 속에 상징적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날개를 다시 펼친 말레피센트의 장면은 자유와 회복의 메타포로, 시리즈의 감정적 절정을 이룹니다.
디즈니의 새로운 페미니즘, 이해와 공존의 메시지
‘말레피센트’ 시리즈의 본질은 용서와 공존의 철학입니다. 악과 선, 인간과 요정, 남성과 여성. 이 모든 대립은 결국 “이해”를 통해 해소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들이 왕자나 사랑을 통해 구원받았다면, 말레피센트는 스스로 구원받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복수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자유를 얻습니다.
이 점에서 ‘말레피센트 2’의 결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전쟁의 상징이었던 말레피센트는 결국 평화를 이끄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그녀는 어둠의 여왕에서 빛의 수호자로, 악녀의 상징에서 공존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025년 현재, ‘말레피센트’는 단순히 디즈니의 리메이크 시도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성의 감정과 상처, 그리고 회복을 그린 현대적 신화로 읽힙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렬하며, 그녀의 말레피센트는 디즈니 역사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말레피센트’ 시리즈는 디즈니가 그동안 구축해온 선악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 작품입니다. 1편이 상처와 복수를 통해 ‘악의 기원’을 보여주었다면, 2편은 용서와 사랑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완성했습니다. 결국 말레피센트는 악녀가 아닌 인간적인 영웅이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사랑과 용서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를 증명합니다. 2025년 지금 다시 보면, 이 영화는 여전히 아름답고도 묵직합니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지만, 이해와 사랑이 어둠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말레피센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