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위키드(Wicked)’는 2024년 뮤지컬 원작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개봉한 판타지 대작이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며, ‘녹색 마녀 엘파바’가 어떻게 세상에 의해 ‘악녀’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그린다. 이번 리뷰에서는 파트2 개봉 전, 파트1이 어떻게 세계관을 구축했는지, 주요 캐릭터와 서사 구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심층 분석해본다.
엘파바의 서사와 ‘악녀’의 재정의
‘위키드’의 중심은 단연 엘파바다. 초록색 피부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차별받던 그녀는, 원래부터 ‘악한 마녀’가 아니었다. 그녀의 정의감과 순수한 마음이 세상의 권력과 부패에 의해 왜곡되며, 결국 ‘악’으로 낙인찍히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다. 감독 존 M. 추는 엘파바의 내면을 뮤지컬의 감정선과 시각적 상징으로 세밀하게 풀어낸다. 그녀의 초록색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다름’과 ‘저항’을 상징한다. 특히 엘파바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Defying Gravity”를 부르며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는 해방의 선언으로 해석된다.
영화는 기존 오즈 세계관의 ‘선과 악’ 구도를 완전히 전복한다. 엘파바는 타인을 돕고 정의를 실현하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두려워하고 왜곡한다. 이러한 시선은 현대 사회의 차별과 고립, 그리고 진정한 선의 의미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 ‘위키드’는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닌, 사회적 은유와 철학이 녹아든 성장 서사로 기능한다.
글린다와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이중성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는 ‘위키드’의 감정적 중심축이다. 겉보기엔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은 사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다. 글린다는 사회적으로 완벽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과 불안이 숨어 있다. 반면 엘파바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진정한 신념과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는 두 여성의 우정이 갈등과 성장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둘이 함께 부르는 “For Good”은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상호 구원의 형태임을 상징한다. 감독은 이 관계를 통해 ‘선과 악’, ‘빛과 어둠’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보여준다. 글린다는 결국 엘파바를 오해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녀의 진심을 이해한다. 이 감정선은 파트2에서 두 인물의 재회와 서사 완성을 위한 강력한 복선이 된다. 관객은 이미 그들이 다시 만나야 한다는 운명을 느끼게 된다.
파트2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확장
‘위키드’ 파트1은 철저히 서사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오즈의 정치 체계, 마법사와 시민들의 관계, 그리고 엘파바의 내면적 변화를 촘촘히 엮으며, 파트2로 이어질 갈등의 불씨를 심어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로 직접 이어지는 방식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도착하기 이전의 정치적 혼란과 ‘마녀’의 이미지 형성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기존 동화의 시점을 완전히 뒤집는다.
또한 엔딩 시퀀스에서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운명을 가르는 상징적 장면이 등장한다. 엘파바의 ‘죽음’처럼 보이는 순간은 사실 파트2의 핵심 반전으로 이어질 복선이며, 팬들은 이를 통해 두 번째 이야기가 어떻게 완성될지를 추측할 수 있다. 파트2는 엘파바의 생존 여부, 글린다의 통치, 그리고 오즈의 미래를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뮤지컬 원작에서는 엘파바가 결국 살아남는다는 암시가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 또한 인간의 용서와 구원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렬하게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위키드’는 단순히 뮤지컬의 영화화가 아니다. 사회적 편견, 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어우러진 서사적 작품이다. 파트1은 캐릭터의 심리와 세계의 구조를 세밀히 구축하며, 파트2로 향하는 감정적 기반을 완벽히 다졌다. 엘파바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진실과 세상의 왜곡이 어떻게 맞부딪힐지는 파트2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 이상의 철학적 감동을 선사한다.